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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쇼크 : 재량지출 버블 붕괴 동인

부실이 2022. 10. 21. 15:54

재량지출 버블을 붕괴시키는 동인은 주택, 주식, 민간부채 버블을 붕괴시킨 동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우리가 모두 소비자이며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기에 다른 동인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동인이기도 하다. 

 

*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지출 감소

주택 버블이 터지면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소비자들의 자산 또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주택 가치 하락은 곧장 재량지출 축소로 이어진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거나 주택 매매로 돈을 쉽게 융통하던 시절, 딱히 저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시절에는 활발한 소비(재량지출)가 이루어졌다. 다시 말해 주택이 저축을 대신해주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재량지출 버블을 형성하던 원동력이었던 주택가격이 폭락하자 재량지출 버블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다.

 

* 녹아버린 신용카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었고, 채무불이행 건수가 늘어나면서 은행은 카드 한도액을 하향 조정했다. 신규카드 발급 건수마저 현저히 줄어들었다.

실업률 상승은 신용카드 채무불이행을 부추겼고, 소비자들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된 기분에 사로잡혔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가처분 부채를 기준으로 한 가구 부채는 1980년대 초 60%에서 2009년 현재 130%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2008년 말 신용카드사의 부채는 13조8천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의 총 GDP와 맞먹는 규모다. 계속되는 경기 하락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며, 결국 재량지출은 끝없이 하락할 것이다.

 

* 초토화된 개인의 자산

미국경제가 받은 타격도 심각했지만, 개인 자산은 거의 초토화된 수준이었다. 미 연방준비은행은 가구의 순자산이 2007년 2분기와 2009년 1분기 사이 12조9천억 달러나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에 없는 자산가치 하락이며, 사람들은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충격에 빠진 소비자들은 기분 전환을 위해 소비할 여유마저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유명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 뉴욕 지점의 매출이 40% 이상 하락하는 등, 고소득층의 소비 심리마저 급속히 위축되었다. 자산가치의 하락과 함께 사람들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고, 재량지출 버블을 더더욱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다.

 

* 일자리 감소와 고용 붕괴

실직은 비버블 경제 상황에서도 소비자 지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교적 경기가 좋았던 탓에 2008년 4분기에 들어서야 실직은 재량지출 버블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2009년 2분기 맨파워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고용주 가운데 65%가 당분간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채용뿐 아니라 장기 실직 또한 문제다. 경기가 계속해서 나빠지는 상황에서 취업은 어려워질 것이고, 장기 실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포는 재량지출이 하락하는 배경을 이룬다.

 

* 소비 심리 사망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주택가격 상승, 신용카드 증가, 자산가치 폭등 등으로 좋은 일자리는 넘쳐났고, 소비 심리는 활발하다 못해 붐을 이루었다. 이렇게 발생한 소비 붐 덕분에 수백 개의 체인점과 소비자 상품 기업이 태어났다. 당시 소비자들은 좋은 시절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 심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예상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애프터쇼크가 닥치면 재량지출 세계는 완전히 변할 것이다. 단순히 씀씀이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소비 방식과 규모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 자산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때문에 좀처럼 지갑을 열지 못할 수밖에 없다. 개인 예산을 수립하는 데 재량 지출은 먼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보건, 교육, 공공서비스 등 오늘날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선택사항으로 변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