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누이
시 쓸 때는 신미나 / 그림 그릴 때는 ‘싱고’입니다.
10년 넘게 고양이 이응이의 집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를 썼습니다.
‘어제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싶어’
오늘도 출근해서 다른 사람 배려하느라 애쓴 나에게 건네는 선물
시로 ‘마음의 온도’를 맞춰주는 싱고의 ‘토닥토악’ 웹툰 에세이
물감 대신 봉숭아 꽃물로 색을 칠했던 것처럼 다른 방식으로 시를 읽어보면 어떨까?
작업하는 내내 어릴 적의 나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림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담벼락, 학교 운동장, 그 어느 곳이나 스케치북이 되었습니다. 상상 속의 등장인물들이 말을 걸면 매일 생겨나는 이야기와 놀았습니다. 밥 때도 잊고 어둑해져서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였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 여러분도 그 아이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 용어 설명
. 워킹데드 : 좀비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사투 . 닝겐 : 인간. . 욜로 : 욜로는 ‘인생은 단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대비하기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며 최대한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소비지향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욜로를 추구하는 사람들(욜로족)은 내 집 마련이나 노후 대비보다는 당장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자기개발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이를 사치나 낭비라기보다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님비현상 : 지역 이기주의 . 옴므파탈 : 치명적인 매력 . 마두금 : 자식을 돌보지 않는 비정한 어미 낙타를 달래기 위해 몽골 사람들은 마두금을 연주한다고 한다. 할머니가 아기에게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구슬픈 음악을 들으면 신기하게도 어미 낙타가 마음을 움직여 새끼를 돌본다고 한다. . 도파민 : 행복 물질 / 부족 - 우울증 . 자뻑 : 자기가 잘났다고 믿는 것. . 미디엄과 웰던 : 소고기 굽는 방법. 미디엄(25% 정도 덜 익음) / 웰던(바싹 익힘) . 츤데레 :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 . 가스 라이팅 :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 '심리 지배'라고도 한다. |
* 작가의 말
웹툰은 일상의 경험들을 포착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선지 시를 쓴다는 것도 결국은 제 삶을 잘 꾸려가는 거더라고요.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이와 내밀한 감정을 주고받고, 불필요한 데서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게 바로 내 마음을 살림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문학을 너무 멀리, 높게 잡았다면 웹툰 하면서는 이렇게 하루하루 살고 경험하는 게 실존이구나. 이 일상의 반짝임을 포착하고 경험하는 게 내 시가 된다고 느껴요.
⇨ 싱고가 무슨 뜻인지 궁금.
어릴 때 10년 넘게 키우던 개가 있었는데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어요. 영리한 개들은 자기가 죽는 걸 안 보여준다고 해요. 아무리 찾아도 없었으니까 죽은 거겠죠. 흙먼지가 날리는 신작로를 하염없이 걸었던 기억이 나요. 그 기분을 단순히 상실감, 슬픔으로 정의하기 싫어서 ‘싱고’라고 붙였죠. 우리 안에 있는 복합적인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시인의 몫이죠.
⇨ <詩누이>의 주인공 싱고는 작가의 또 다른 모습으로 봐도 될까요?
책에 나온 싱고는 여리고 곱고 맑죠. 책에는 착한 싱고만 있는데 저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 투영은 됐겠지만…. 싱고가 직장에 다니는 30대 여성으로 나오는데 저는 챕터마다 어린 시절엔 어린아이인 싱고, 소녀시절엔 소녀인 싱고로 읽어주길 바라요.
싱고 자체가 무르고 약해서 옆에서 쓴소리를 단단하게 해줄 캐릭터가 필요해 고양이 ‘이응옹’을 등장시켰어요. 이응옹은 사람 나이로 치면 69세인데 약간 꼰대 같고 잔소리도 많이 하면서 시크하죠.
누구나 자기만의 어린아이가 있잖아요. 저는 그 아이를 잘 사랑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스스로를 낯설어했다고 할까. 나랑 친하지 않았어요. 유년기를 만족스럽게 보낸 분도 있겠지만 저는 대부분의 유년은 결핍이라고 봐요. 뭔가 허기지고. 어린시절은 무르고 맘 약했던 어린애, 그 아이와 친하게 못 지내던 나에 대한 이야기인데 독자분들이 오히려 그 부분을 많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 첫 에피소드인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는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인데요.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를 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나요?
커서 꾸준히 일을 했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아무래도 내 마음을 숨기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마음과 다른 것들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지고 영혼이 사라지는 느낌이죠. 워낙 우리나라가 더 치열하잖아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면서 성과를 내라고 채찍질하죠. 결국 회사 다닐 때는 ‘일 잘한다’는 한 마디를 듣기 위해 내 소중한 시간을 다 쓴 거더라고요. 근데 퇴사하고 나면 일 잘한다는 평가는 정말 1주일도 안돼서 잊히죠. 저만 유달리 고생한 건 아니고 보통의 직장인들은 다 그런 것 같아요.
⇨ 여성문제나 세월호 사건도 다뤘는데 민감한 문제임에도 담은 까닭이 있을 텐데요.
책도 하나의 권력이더라고요. 저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발언대가 주어진 거죠. 민감한 주제라도 우리는 같이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뭘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강요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최대한 거리를 조절하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 일상을 그렇게 글이든 그림이든 자기 깜냥에 맞게 기록하는 게 왜 중요할까요?
사는 이유 아닐까요? 뭔가 기록하고 내 생각을 표현한다는 건 내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해주는 작업이죠. 뭔가를 기록하고 나를 돌아보면 오늘 내 감정은 어땠고, 어떤 일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잘 들여다보는 게 생기거든요.
시 읽는다고 교양이 생기지 않아요. 다만 시는 뭔가 더 세세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주고 아픔이 있다면 상대방의 아픔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해줘요. 그래서 인생을 더 깊이 있게 보고, 다양한 시선에서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시를 읽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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